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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차 닷컴 이사람- 해파

innervy 2016.09.05 11:36 조회 수 : 101

몸에 맞는 차,

몸에 맞는 물이 보약입니다

최현주(본지 기자)

 

 

해파 스님은 “잭살에 흑설탕을 섞어 마셨다는 게 대단한 발견 아니겠습니까. 흑설탕을 넣었다는 것은 피를 빨리 돌게 하는 것을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다 몸을 생각한 선조들의 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내 몸에 맞는 차와 물이 보약입니다”하고 말문을 연다. 이 말 한마디에 그가 보통 스님은 아님을 단번에 간파한다. 
해파 스님이 푸얼차를 내온다. 스님이 건네준 차 한 잔이 입 안에 퍼져나간다. 그러나 스님은 차와 물의 이야기의 첫 시작을 푸얼차가 아닌 ‘잭살’로 풀어간다. 아토피 환자에게 침을 놓는 스님이 어떻게 저 깊은 차산지의 ‘잭살’을 알고 있을까 궁금했던 차에 스님은 자신의 고향이 화개라는 것을 밝힌다. 스님의 고향이 화개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해파 스님은 단순히 어려서부터 잭살차를 마셔왔기 때문에 잭살에 설탕을 타 먹는 게 맞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스님은 차와 물에 대해 의학적이며 생물학적인 접근을 해나간다.
“옛날에는 차를 생차로 안 먹고 발효시켜 먹었습니다. 황차는 홍차인데, 잭살차도 그런 종류입니다. 옛날에는 감기 걸리면 잭살차 먹고 이불 뒤집어쓰고 자고나면 다음날 깨끗이 나았다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달리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닙니다. 잭살이라는 발효차가 상승 작용을 하며 감기로 인해 떨어진 몸의 기운을 북돋아준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차에 설탕 타 먹는 게 좋다고 해파 스님은 말한다. 중국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혈액순환을 빠르게 해서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스님의 이야기를 좀 더 듣다보니 그제야 고개가 까닥거려지면서 수긍이 된다.
“발효차는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이 마시기에 좋은 차입니다” 하고 스님의 차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이어진다. 차에 대한 스님의 과학적이며 생물학적인 지론은 끝이 없다. 스님은 해박하다. 한마디로 중국에서 푸얼차가 발달한 이유는 발효된 찻잎이 소화를 돕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스님의 그 지론이 참으로 알기 쉽고, 재미있으며 그 이치는 신기하게도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오래 두고 한 스님만의 우주관이 담긴 생명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다.
“발효된 것은 다른 것들도 빨리 부패를 시키지 않습니까. 그게 사람한테는 소화력을 돕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찻잎은 사시사철 푸르기 때문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고, 부패가 잘 안 되는 식물이라 그냥 차로만 마시면 소화를 촉진시키는 데 큰 역할은 하지 않겠지만 발효차는 다르겠지요.”
또 차를 완전히 팔팔 끓여서 먹으면 기가 위로 올라간다고 스님은 말한다. 열탕해가지고 녹차로 차갑게 먹으면 그 기운이 아래로 가니까 배도 아플 테고 몸이 차질 수도 있다. 차를 차게 먹어서 몸이 상한 사람이 있는 것은 차가 독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차를 잘못 마셨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차의 산지에서 차를 가까이했기 때문인지 스님은 차와 물의 성분을 자연과학적으로 분석하며 그 효능을 믿고 있다. 스님의 외조부가 밥은 먹지 않아도 차는 마셔야 하는 차꾼이었다. 외조부는 차 때문인지 80살쯤에는 머리도 까매지고, 얼굴도 동안으로 변하다 100살까지 살았던 기억을 스님은 갖고 있다. 스님은 차의 그러한 생명력을 ‘월정수(月精水)’, 즉 달의 정기를 받은 이슬을 찻잎이 먹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본다. 
“식물 중에서 월정수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 찻잎입니다. 달의 기운을 받은 이슬을 잔뜩 먹은 찻잎의 생명력을 우리는 차를 통해 마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저 내 앞에 있어서 마시는 차가 아니다. 차가 생명이 되려면 차보다 물이 좋아야 한다고 스님은 말한다. 찻잎은 물에 우려 마시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물 자체가 가진 생명력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의 몸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물이듯, 물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해파 스님이 끓여준 푸얼차를 마시며 차와 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차를 생잎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물에 우려 마신다는 사실이야말로 자연의 섭리이자, 운명 같이 느껴진다. 
차는 단순히 마셔버리고 끝나는 차가 아니다. 차는 물과 함께 몸으로 흘러들어 정신이 되고 기운이 된다. 해파 스님을 통해 차와 물에 대해 새롭게 알고 난 후 내 몸으로 흘러드는 찻물은 어떤가 궁금해진다. 지금 내 몸으로 흘러드는 차와 물, 그 생명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본다.

 


물에는 어떤 종류가 있습니까.
“물은 수돗물도 있고 지하수도 있고, 암반수도 있고, 샘물도 있습니다. 힘 센 물은 암반수인데, 힘 있는 놈만 올라와 만들어진 물입니다. 남성의 정자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됩니다. 한 놈 한 놈 돌을 뚫고 이겨 올라왔으니 힘이 가장 센 놈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힘이 떨어졌으니까 가장 약하지 않겠습니까. 또 이런 이유가 물 자체가 상승 운동을 하는 원인이 됩니다. 물이 잘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위로 뜰 수 있는 성질을 갖게 된 까닭입니다.”

아토피를 치료한다고 들었습니까.“제 주전공이 피부 아토피 치료입니다. 아토피는 현대사회에 들어와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이 되었고, 앞으로는 이 분야와 차를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에 차의 효능이 눈여겨 볼 관심사입니다. 제가 만든 비누에도 차가 들어갑니다. 지금까지는 임상단계니까 31명의 자료만 모았지만, 나중에는 100명의 자료를 모으려고 합니다. 전부 완치가 아닌 게 없습니다.”

차의 기운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물속에서 김이 우러나는데 그 향이 약성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氣)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보면 해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는 증명을 하면 됩니다. 구름이 끼고 물속에서 뭉친 기가 먹구름이 된다는 것이 그 증명입니다. 그래서 빗방울이 오묘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샘물로만 생명을 키울 수가 없는데, 올라 뜨는 기운이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 빗물은 뜨는 기운이 있어서 비가 온 뒤에는 식물이 잘 자랍니다. 그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차의 세계》 2008년 7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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